의사 vs 한의사① : 의료계 최순실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박은영(가명·여)씨는 정기적으로 한의원에 간다. 침을 맞기 전 간호사로부터 채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박 씨.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 검사를 한다는 이야기에 그는 안심이 됐다. 이후 의료계와 한의계가 혈액검사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는 ...
박은영(가명·여)씨는 정기적으로 한의원에 간다. 침을 맞기 전 간호사로부터 채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박 씨.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 검사를 한다는 이야기에 그는 안심이 됐다. 이후 의료계와 한의계가 혈액검사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 병원인데 혈액검사 여부를 두고 왜 싸우는지 은영씨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오랜 세월 반목했다. 이를두고 혹자는 밥그릇 싸움으로, 또 다른이는 과학과 비과학의 대립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갈등은 대한민국 보건 현장의 실상이 웅축돼 있다. 그리고 이는 2016년 10월 의료계 최순실 논란에서 다시 한번 불거진다.
발단은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이 2016년 10월 28일 헬스코리아뉴스에 기고한 ‘최순실 사건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란 글에서 비롯됐다. 이 소장이 쓴 글에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담겨있다. 문제는 여러 의료매체들의 인용 보도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초 이 소장은 자신의 글이 사견이며 확대 해석을 하지 말라고 명시했다. 그렇지만 의료매체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를 집어넣어 개인 주장을 사실인 냥 보도했다.
일부 의사 커뮤니티에서만 회자되던 ‘해프닝’은 그러나 국민적 관심이 쏟아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에서 뜻밖의 ‘2라운드’를 맞게 된다.
“최주리씨를 아느냐, 최 씨는 의료계에 또 하나의 최순실이더라. 2013년 10월 2일 청와대 오찬회의에서 혈액검사를 하려고 해도 한의사에게 그런 권한이 없다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건의해서 규제가 풀렸다. 당시 규제를 풀어준 사람이 문형표 이사장이다.”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발언 중 일부다. 박 의원은 “현재 드러난 의료계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봤을 때 최주리란 사람과 문형표 이사장의 관계, 여기에 또 2014년 1월에 중소기업 대표로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순방에 동행했다” 며 “경제사절단 이름으로 동행한 사람 대부분이 사고를 치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 이사장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문형표 이사장이 왜 모른다고 하느냐. 본인이 규제를 풀어놓고”라고 거듭 추궁했다.
의료전문지들은 앞 다퉈 박 의원의 발언을 보도했다. 박영선 의원실은 해당 질의가 문 이사장에 대한 ‘압박용’이었을 뿐이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박 의원이) 현장에서 지인의 연락을 받아 질의했다”며 “(제보가) 언론 기사인 만큼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의 발언은 다분히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료매체들이 최 씨에 대한 맹공을 퍼부을 수 있는 명분을 줬다. 설상가상 일부 주류언론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의원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조특위에서의) 발언 즉시 한의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못된 정보로 질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확인 차원에서의 질의였을 뿐 문형표 이사장이 답변을 못해 논란이 커졌다”고 책임을 문 이사장에게 돌렸다.
이에 대해 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박 의원이 정작 사과해야할 사람은 내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소장도 “(본인의 주장이 언론보도 과정에서) 상당히 왜곡됐다”며 “‘의료계 최순실’이란 말도 글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흘러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당사자들간의 상처와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은 다시금 수면 위로 고갤 들고 있다. 의료계 최순실 사건의 이면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사단체에 대한 10억원 상당의 과징금 부과라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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